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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 이야기

독백

by 같이알아보자 2024. 8. 30.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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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선한 소음들이 희미하게 들려온다.

좁은 침상 위에서 몇 번 뒤척이다가, 마침내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본다.

답답한 방 안에서 누운 채 보이는 것은 눈앞에 주렁주렁 매달린 옷가지들뿐이다.

큰 창문이 방 한쪽을 차지하고 있지만, 아침이 반가울 리 없다.

힘겹게 몸을 일으켜 침대 끝에 있는 욕실 부스로 들어가 소변을 본다.

아무 생각도 없이 변기 앞에 서 있는 동안, 모든 게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바람이 스멀스멀 마음속에서 올라온다.

그렇게 잠시 멍하니 있다가, 재빨리 세안을 하고 정신을 차리려 애쓴다.

쾌적하지 않은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킨다.

창문 틈마다 낀 때와 먼지가 보이지만, 그런 건 오래전부터 신경 쓰지 않았다.

늘 그렇듯 창밖 풍경은 흐릿하고, 꿈도 희망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창문을 열어 두고, 작고 시끄럽기만 한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벌컥벌컥 마신다.

침상에서 팔만 뻗으면 닿는 책상 선반에서 머그잔을 꺼내 믹스커피 한 봉을 털어 넣는다.

조심스럽게 침대 옆의 방문으로 다가가, 옆방 사람이 벽을 칠까 봐 살금살금 문을 열고 나온다.

좁은 복도를 조용히 지나 주방으로 들어간다.

밥솥을 열어보지만, 역시나 비어 있다.

한숨을 내쉬며 정수기로 몸을 돌려 방에서 들고 나온 머그잔에 뜨거운 물을 받는다.

믹스커피 포장지로 대충 휘저은 커피는 밍밍하기 짝이 없지만, 그마저도 상관없다.

머그잔을 대충 헹군 후, 곧바로 옥상 흡연장으로 나간다.

담배에 불을 붙이며 시커먼 구름이 낀 하늘을 바라보니, 벌써부터 기분이 나빠진다.

몇 명의 이웃들이 터벅터벅 걸어 나오지만, 서로 아는 체하지 않는다.

밖으로 나온 지 5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이미 다시 들어가고 싶지 않다.

주머니를 뒤적이던 중, 어젯밤에 찾지 못했던 체크카드가 나온다.

가까운 편의점으로 가서 천 원짜리 삼각김밥 하나를 대충 집어 들고 입에 욱여넣는다.

편의점까지 왔으니, 더더욱 방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

공부하겠다며 본가를 나온 지가 엊그제 같은데, 공부는 이미 뒷전이 된 지 오래다.

오늘 하루는 또 어떻게 시간을 때울지 벌써부터 막막해진다.

멍하니 편의점 창밖을 바라보며, 오늘도 부모님 집을 무작정 나온 것에 대한 깊은 후회가 밀려온다.

그렇게 잠시 동안 고뇌에 잠긴 뒤, 바로 옆 건물에 있는 PC방으로 발길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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