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공단[2]
야간 교대가 시작된 지 몇 달이 지났다.같은 공장, 같은 기계, 같은 얼굴들. 하지만 익숙함보다는 점점 더 깊어지는 피로와 무기력함이 나를 덮쳐온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 같았던 몸의 통증은 오히려 더 심해졌고, 머릿속을 지배하는 기계의 소음은 더 크고 날카로워졌다.교대 시간에 맞춰 출근하면 늘 그렇듯이 몇 마디 없는 동료들과 인사를 나눈다. 얼굴은 하얗게 질려가고, 입술은 바짝 말라간다. 다들 힘겹게 인사를 건넨 후, 아무 말 없이 자기 자리로 향한다.이번에도 나는 같은 기계 앞에 서 있다. 새로운 날이지만, 새로울 것은 아무것도 없다. 반장이 전달하는 업무 지시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저 기계의 소리와 함께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작업들이 이어질 뿐이다.기계는 여전히 빠르게 돌아가고, 나는 또다시..
관찰
2024. 8. 30. 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