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가을의 이른 저녁,
연락을 주고받던 그녀에게서 휴대폰 메시지가 도착했다.
심드렁한 표정으로 메시지를 열어보니, 그녀의 집주소와 먹고 싶은 간식들이 적혀 있었다.
10분도 채 안 되어 목욕을 끝내고 옷을 갈아입었다.
순간, 속옷을 내리고 제모 상태를 확인해 보니 아직은 깔끔했다.
성큼성큼 빠른 걸음으로 집을 나섰고, 곧장 편의점으로 향했다.
편의점에서 간식을 산 뒤 택시를 잡아타고 가는 길, 뒷좌석에 앉아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어느새 그녀의 집 앞에 도착했다.
손등에 침을 발라 구취를 점검하고, 주머니에 있던 가글 하나를 입에 들이부어 재빨리 헹구고 뱉어낸다.
눈앞에 보이는 철제문이 그 순간 왜 그리도 얇아 보이는지.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누구세요?"라는 소리와 함께 인기척이 들린다.
문이 열리자마자 눈앞에 그녀의 구릿빛 피부와 깨끗한 얼굴, 그리고 방금 감은 듯 젖은 머리카락이 펼쳐진다. 170cm의 훌륭한 비율을 자랑하듯 짧은 반바지와 하얀 나시를 입은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도 유혹적이었다.
수줍은 인사를 나눈 후, 그녀의 손에 이끌려 부엌으로 가서 함께 먹을 간식들을 정리했다.
심장이 요란하게 뛰기 시작하고, 머릿속은 백지장이 된 것처럼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말수가 점점 줄어드는 게 느껴진다.
간식을 들고 그녀와 함께 소파에 앉아 TV를 켜고 볼 만한 프로그램을 찾는다.
그녀는 TV 화면을 응시하며 열심히 채널을 돌리고 있다.
그녀가 무어라고 말하고 있는 동안, 내 시선은 자꾸만 그녀의 부드럽고 매혹적인 곳들에 머물렀다.
간식을 입에 넣는 그녀의 반짝이는 입술이 너무 작고 말랑해 보였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편의점에서 산 간식을 입에 넣으며 그녀의 관심을 끌어보려 한다.
"이거 맛있지 않아?"라며 공감대를 형성해보려 했다.
그녀는 갑자기 너무 피곤하고 몸이 쑤신다며 고양이처럼 스트레칭을 하더니, 카펫 위에 엎드렸다.
눈에 들어온 것은 그녀의 딱 달라붙는 옷 아래로 비치는 매혹적인 뒤태였다.
엎드린 그녀는 하반신을 흔들며 다리를 쭉 펴는 동작으로 윤곽과 곡선을 강조했다.
어찌할 바 모르는 어색한 침묵이 잠시 흐른다.
그녀는 몸이 자꾸 쑤신다며 어깨 좀 주물러달라고 한다.
순간, 온몸의 혈액이 급하게 끓어오르며, 심장이 요동친다.
이미 TV와 간식은 머릿속에서 잊혀진 지 오래였다.
그녀가 내 옆으로 오라는 손짓을 하며 천천히 나를 이끌었다.
나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뻗다가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손에 닿아 자연스럽게 목 앞으로 넘겨준다.
그녀는 TV를 보면서도 편한 자세로 빨리 해달라며 아양을 떤다...